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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 11. (외전) 자영업자의 비율

산티아고나 일본의 순례길에서 느낀 점 하나는 우리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자영업자가 흔치 않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 길이 시골길인 탓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유동인구가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가게의 숫자는 한 마을이면 하나 둘 정도였다. OECD 통계에 의하면 자영업자의 구성비는 2020년 기준 한국 25%, 일본 10%, 스페인 16%이다. 일반적으로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자영업자의 비율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방글라데시의 경우 자영업자 비율 - 아마도 농업인구를 제외하고 - 59%로 보고되었다. 2020년 기준) 우리의 경우 노후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오래 살게 되는, 축복인지 재앙인지 모를, 구조하에서 연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자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에 ..

대학(大學) - 유교 교육론, 그 첫머리에서

大學之道 在明明德 在新民 在止於至善 사회인이 되기 위한 교육의 목표는 (본디 인간의 성품은 곧은 마음으로 깨끗하니) 그 깨끗한 마음이 나타나게 깨끗이 하는데 있는 것으로, 이웃들과는 사이를 새롭게하고, (인간의 본성인) 지극한 선함을 향해 나아가 다다르게 (인간의 본디 선함을 깨닫게) 하는 데 있다. 知止而后 有定 定而后 能靜 靜而后 能安 安而后 能慮 慮而后 能得 다다른 연후에야 방향을 정할 수 있고, 정한 연후에야 마음의 고요함이 있고, 마음이 고요한 연후에야 편안함이 있고, 편안한 연후에야 능히 주변을 살필 수 있어, 그러한 주변에 대한 배려의 연후에야 교육이 완성된다. 物有本末 事有終始 知所先後 則近道矣 무릇 사물에는 본디와 줄기가 있고, 일에는 마무리와 처음이 있어 그중 무엇이 먼저이고 뒷일인지를..

의식주를 버린 사람들

우리가 버린 것이 어디 그 뿐이겠냐마는. 샤머니즘적인 린치를 의미했던가, ‘천벌받을 놈’이란 표현도 자본과 시장에 묻혀버렸고, 우리가 ‘짓던’ 의식주까지 버린 것 아니던가?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면서, 입성 치레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나, 먹는 것이야 거렁뱅이 꽁보리밥에 소금과 간장이 전부였던 듯하고, (고려사에서조차 구휼을 위해 쌀, 조와 소금과 간장을 내렸다고 되어있을 정도였으니. 이를 부정할 수 있다면 그대 조상은 양반이리라. 2% 정도에 들려나?) 입식 탁자가 좌식 구들장으로 바뀐 것이리라. 이런 디테일을 바꾸어낸 조선의 혁명가들은 ‘세련된’ 통치자였다. (사실 ‘혁명’이란 표현은 그 본래의 뜻과 배치되기에 그네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정의이겠고, 세련되었다는 것은 통치기술이 적어도 한 끗은..

방글라데시 Kuakata 절집구경 (3) - Misri para 절집

구글 길찾기로 절집을 찾아 나섰다가는 낭패일 겁니다. 현지인에게 물어물어 찾아갑니다. 인터넷의 관광 설명서에는 그냥 지명만 나와있고, 구체적인 접근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습니다. Kuakata 원점으로부터의 5km 정도이고 릭샤 - 세발 오토바이-를 타라고만 합니다. 그럴만도 합니다. 길은 포장 비포장으로 우기라면 엄두도 못낼 상황이었습니다. 100년 되었다는 반얀나무입니다. 정확한 수령을 누가 알겠습니까만. 얼추 그리되어 보입니다. 뒤쪽의 둥치가 원 둥치이고, 앞쪽의 둥치는 가지에서 내려온 뿌리같은 것입니다. 영어로는 aerial prop root (받침 뿌리) 라는 것입니다. 절집에서 한 3분 거리입니다. 차를 대기에 편하여 이쪽부터 보고 걸어들어갑니다. 쇠꼴을 먹이는 방법입니다. 살아있는 나..

방글라데시 단상 9 - 아름다움이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 얼마나 작위적이고 위험한지, 여기 방글라데시의 연못에 핀 부레옥잠을 보면 알 수 있다. 길손은 늘 눈의 아름다움으로 풍광을 가져오지만, 현실에서의 그것은 연못을 생태계를 마비시키는 잡초에 불과하다. 한국에서야 겨울철이 있고 이로 하여 1년생 풀이라지만, 여기서는 다년생의 무한 증식이다. 물 속의 질산염을 제거하는 생태계 보전 식물이 될 수도 있다지만, 여기서는 그저 수중 광합성을 방해하거나 산소를 결핍시키는 잡초이다. 지금은 나아졌다지만 수운이 발달한 방글라데시에서 선박의 항행 역시 방해하는 잡초로 알려져있다. (결국 1936년에는 부레옥잠법으로 모든 개인연못의 부레옥잠 근절을 법제화한다. 이후 부레옥잠의 제거까지는 10여년이 걸린다. ) 일부는 베어져 비료나 사료로 사용된다는 얘..

방글라데시 단상 8 - Kuakata 해변에서 새해맞이

마침 1월 1일이 휴무일과 겹쳐 짬을 낼 수 있었다. 방글라데시 2대 해변이라는 쿠아카타 해변, 자기들 말로는 3km 폭에 16km길이라는데....믿어야지 믿기진 않지만. Kua는 우물이란 뜻이고, Kata는 땅을 판다는 뜻이다. Kuakata는 다른 이름으로 Shagor Konna ( the Daughter of Sea ) 바다의 따님으로 불리운다. 여기서는 일몰과 일출을 동일 수평선의 동과 서에서 볼 수 있으니 어쩌면 복 받은 땅일 것이다. 갯가 마을이다. 생선을 꾸덕꾸덕 말리는 풍광이 이채롭다. 지는 해를 본다. 그래도 역시 일몰은 야자수지. 어딘들 떨어지는 태양이 없겠냐만, 야자수 아래로 떨어지는 태양은 쉽지 않다. 강아지 한 마리, 고깃배 한 척이면 지는 해라도 좋으리. 아듀 2021! 새벽 5..

방글라데시 단상 7 - 택배 이야기, 좌판과 현찰 박치기

주소가 있다고는 하지만 자세치 않다. 다카엔 분명 주소가 있었지만 여기 남녁의 주소는 한국식으로는 OO 부락 쯤이다. 있긴 하나 상세주소는 번지수가 없는 불명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인근 항구 (아마도 비슷한 이름을 사용하는 모양이다)에 와있다고 전화가 왕왕 오곤했다. 주소라고는 그냥 인근의 큰 관공서 대문을 먼저 적고, 다시 그 관공서 대문에서 보이는 은행 건물 (간판이 있다)을 들먹인다. (택배직원의 연락이 와야 하니 전화번호는 그래서 필수이다.) 어려운 영어 이름 (명색이 복합건물이라는)이 건물에 있긴하지만 그것은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이름이기에 외부인(택배기사)에게는 그냥 1층에 은행이 있는 건물이라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택배기사는 근처에 배송할 물품을 늘어놓아 좌판처럼 깔아놓고는 물건을 받을 사..

좋은 사진을 위한 10가지 생각

늘상 카메라를 가져다 대어 보지만 좋은 그림을 얻지 못한다. 느낌이 좋은 장면에서의 거친 사진은 사진 뿐만 아니라 장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1. 사진, 빛으로 그린 그림 늘 모호한 빛을 담아왔다. 외려 선명한 대비가 뚜렷하도록 좀더 많은 빛을 담는 노력이 부족했지 싶다. 사진은 빛과 그림자의 앙상블이 아니던가. 2. 계절과 하루의 시각이 보이는 좋은 풍경은 그것만으로 이야기를 만들지 못한다. 사람이 있고,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보여진다면, 우리는 더 많은 생각을 읽어갈 수 있을 것이다. 계절이 보이고, 더하여 사진을 찍은 하루 중의 시각이 보이는 사진을 찍고싶다. 3. 구도, 의도된 의외성 주제가 조금 비껴진 장면은 낯설게 하기 같은 것이다.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이 만드는. 그러한 의외성이 탄탄한 구..

방글라데시 단상 6 - 투표, 모순과 현실을 가리는 기제

벵골어는 흔히 빨랫줄 글자라고 불리운다. 듣기로는 켈리그라피 같은 대나무 펜으로 글자를 쓰게 되면 나오는 모양이라는데. 그 글자가 그 글자 같은 느낌은 이방인인 탓인지 모르겠다. 여튼, 문맹률이 높다는 것만은 사실은 듯하다. 조사마다 다른 결과를 보여주지만 50~70%까지 문맹으로 보인다. 해서 저 투표 선전판은 사람의 얼굴과 간단한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자세히 보면 해바라기도 보이고, 확성기도 보이고, 집권당의 전통 배도 보인다. 닭이나 다른 그림도 보인다. 출마자에 여성이 많이 보이는 것은 여성 할당률 때문이라는데. 실제 집 밖에서 여성을 보기 힘든 구조인데, 여성 할당률은 무언가 많이 어색하다. 이방인에게는. 실제의 현상과 투표로 보이는 외적인 모양새는 닮아있지 않다. 우리도 그러하지만. 없는 ..

방글라데시 단상 5 - 방글라데시에서 철을 얻는 방법

기억이 분명하진 않지만, 하멜 표류기 쯤이었을 거다. 1635년 조선에 떠밀려온 하멜 일행이 남긴 기록에선 조선인들이 상선이나 나무의 조각을 불태워 돌쩌귀나 쇠못 등의 쇳조각을 얻는 장면이 그려진다. 표류기의 다른 어떤 장면보다도 나에게는 이 구절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여기 방글라데시에서 철을 얻는 방법은 폐선의 해체를 통해서이다. 2010년 기준 자국내 생산의 약 40% 이상의 철이 폐선의 선박해체를 통해 얻어진다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많은 인구와 이에 기반하고 있는 저학력 저임금의 노동력 (물론 아동 노동력도 포함된) 그리고 인프라 투자 없이 활용할 수 있는 해안 뻘밭의 지형적 이점과 이를 놓칠 리 없는 눈밝은 자본의 국제적 분업의 구조...... 저들은 지난 4-5일간 폐 어망을 태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