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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0 노동과 노동자 - 자유로운 활동에는 사례금이, 얽매인 활동에는 임금만이 지불되었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0 노동과 노동자, 베르너 콘체 지음, 이진모 옮김, 푸른역사 화폐경제, 도시경제, 해양경제가 발달함에 따라...육체노동으로서의 노동(농사나 제조활동)은 완전 시민이 아니고 노예에 이르는 하층민에게 부과되었으며 (16쪽)...수공업적 노동이나 임금노동에 대한 저평가는 이미 오랜 예전부터 있는 일 (17쪽) 플라톤은...육체노동을 하는 자들의 생활방식은 시민적 덕목과 합치될 수 없다...(플라톤의 생각에 따르면) 덕을 가진 자만이 시민이 될 수 있었다. 고전고대의 정치관에 따르면 시민사회는 폴리스에 적합한 덕목 위에 성립되는 것...노동이 아니라 적절한 활동이 시민의 특징이었다. 한편에 노동과 시민적 덕목이, 다른 한편에 노동과 교육이 서로 마주하고 있었다. 여기에 세 번째 대립개념..

코젤렉 개념사 사전 20 헌법, 국민은 헌법 상위에 헌법제정 권력으로 존재한다.

코젤렉 개념사 사전 20 헌법, 송석윤 옮김, 푸른역사 입헌주의의 시작 - 혁명전의 용어 (북아메리카와 프랑스에서 두 성공적인 혁명으로 근대적 헌법들이 제정되었을 때와 같은 시기에 독일에서는) 자연법적 계약론은... 자연상태와 결별하고 국가로 결합하는 합의(pactum unionis)와 정부 형태의 확정 (pacturm ordinationis) 및 통치자에게 복종하겠다는 서명 (pactum subiectionis)으로 이루어진다. ...Verfassung계약과 기본법은 동일한 사안의 두 측면으로 보인다. Verfassung 계약이 그 과장에 치중하는 반면에 기본법은 그 생산물을 표현한다. 그렇다면 Verfassung은 계약을 통해 형성되고 기본법적으로 규정된 국가의 정치적 상태이다...계약에 근거할 때 ..

기술적인 안전? 원전 방사능 오염수

일본이 방류하고자 하는 원전 오염수는 '기술적'으로 안전하다. 이는 우리가 아는 지식의 범위 안에서-그리고 그 범위라는 한계 안에서- 그러하다. 현재의 기술수준에서 위험하다고 알려진 물질의 소멸 혹은 분리, 중화가 아니라 단순히 희석시켰으므로. (희석이 현시점의 기술수준으로 '기술적'으로 안전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 '기술적'인 안전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안전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기술적'인 안전이란 어쩔 수 없는 상태나 국면에서의 선택지이지 무제한적이고 절대적인 (기나긴 시간과정에서 또 인류진화의 과정에서의) 안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무너질 수 없다는 건물도 무너지고, 튼튼하게 지었다는 다리도 자빠지며, 인간의 모든 공학적 행위의 결과는 예측할 수 없는 사고를-지극히..

'천벌'을 잃은 시대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몇 가지 단어들이 있다.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잃어버린 것들이 비단 말 뿐이겠는가? 시대와 사물 역시 이러한 잃음 혹은 잃어짐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나의 경우에는 '천벌 天罰'도 그 하나로 꼽는다. 세상에 스스로 대응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그나마 하늘의 힘-대신해줄 사람들의 힘-을 빌어 자신에게 씌워진 불평등을 걷어내고자 했던 아쉬움이 무당의 살풀이 같은 한스런 단어에 묻어 있다. 시대의 한계 속에 자발적 순응을 택했던 사람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을 때 그나마 믿을 만한 구석을 만들고자 했던 그 단어, 천벌, 우리는 그 단어를 잃었다. 애초에 천벌은 없다. 일찌기 김남주 시인이 서슬퍼런 시절에 말했다지 않던가. 정당화될 수 없는 국가와 자본의 폭력으로 처참히 쓰러지는 세상의 ..

섬마을 폐교에서

내 어릴 적 다녔던 초등학교에도 책 읽는 소녀상이 있었다. 저린 식의 양년(洋女-ㄴ?, 여성 폄하가 아니라 예전에는 그렇게들 불렀다) 소녀가 제목 모를 책을 읽는 석고상을 왜 세웠는지는 의문이다. 박정희 시대에 독재에 순응하는 인간상을 염두에 두었거나, 친일적 군국주의 사관을 강요하며 지배에 순응하는 계급의식을 잃어버린 인간상을 기대하였을라나? 더구나 이런 깡촌의 섬구석에 저런 도시적 감성의 소녀가 있었을 리 없거니와 저 소녀가 읽고 있을 어떤 서책 또한 또 다른 사치였을 것이다. 토깽이풀 뜯기에도 바쁜 시절이었으니. 아래 시멘트 상도 생뚱맞기는 매한가지다. 남자 선생님으로 보이는 분과 축구공을 들고 있는 남자애와 그냥 여자아이,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아마도 자애로운 교사상을 상징하는, 위..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배출에 대한 짧은 생각들

신문기사나 인터넷 상에 공개된 동경전력의 자료에서는 삼중수소 및 63개 핵종의 총 배출량은 명확하지 않다. 아울러 약 30년 정도의 배출기간 동안 (30년 이후 역시 불명확하지만) 원자력 발전소의 폐로와 그 이후의 배출에 대한 부분 역시 명확하지 않다. 다만 하루 평균 발생량을 140~ 100 m3/day로 줄이기 위한 지하수 흐름 차단 벽체 (차수벽) 등을 감안한 내용 등이 공개되어 있다. 이러한 차수벽은 지하매립식 (지중식) LNG 탱크의 설계에서도 보이는 동결공법을 활용한 것은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냉매를 이용한 동결 공법은 비용의 문제와 잦은 고장 우려로 장기적인 운전의 안정성의 문제가 당연히 발생되고 이 경우 방사능 오염수의 배출량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 요컨대 그것은 삼중수소 ..

중세, 천년의 빛과 그림자, 페르디난트 자입트- 자발적 빈곤을 통한 천국으로의 길

페르디난트 자입트, 중세, 천년의 빛과 그림자, 차용구 옮김, 현실문화 | 들어가며 수십 년 전부터 사람들은 정치사를 피상적인 관찰방법이라고 매도하면서 정치사 대신에 역사적인 삶에서 '심층적인' 추진력을 찾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사를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 물론 정치적 생활의 우위를 말하고자 함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계는 정치적 유형에 의해서 가장 쉽게 파악될 수 있고 또 가장 잘 정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른 시대와 마찬가지로 올바른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해왔고, 삶을 계획하거나 변화시키기 위해 어떤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가치있다고 생각한 인생에 대해서 어떤 희망을 품었는지가 중세의 정치 양상에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리..

연옥의 탄생, 자크 르 고프 - 중세적 사후공간, 제3의 처소

자크 르 고프, 연옥의 탄생, 최애리 옮김, 문학과지성사 카톨릭적 소양이 전무한 나로서는 이 책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불교적 지옥 개념이 있다는 뜻도 아니다. 나의 경우 언제나 now & here! (수행과 실천, 혹은 관조와 연습)만이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아날 학파의 자크 르 고프의 저작, '연옥의 탄생'은 오랜 숙제 같은 것이었다. 단편적인 이해로서의, 연옥이라는 개념의 등장, 대도(代禱- 煉禱)와 면죄부 그리고 이어진 종교개혁이라는 피상적 관심을 좀 더 깊이 파보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하여 불교의 지옥과 윤회라는 개념까지 버무려 동과 서의 '서로 다름'이라는 데에 좀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던 터였다. 어쩌면 그것은 저자의 표현대로 '죽은 자를' 기도하는 것과 '죽은 자를 위하여'..

시코쿠 오헨로길 24 - 시코쿠의 국보 건축물

시코쿠에 있는 일본의 국보 목조 건축은 모두 6개소이고, 오헨로길에서 만날 수 있는 일본의 국보 건축물은 4개소이다. 추가하여 헨로길에서 떨어진 사찰 1개소와 신사 1개소가 있다. 건축시기는 헤이안(平安) 시대 말~가마쿠라(鎌倉) 막부시대 초기의 사찰건축으로, 헤이안 시대 말기에 유행했던 아미타 여래와 오랜 신앙인 약사 여래를 모신 곳들이다. * 44번 절집 : 大宝寺・本堂 - 에히메 현 마쓰야마 시 가마쿠라 시대 전기의 건립으로 추정되며. 헤이안 시대 말기의 말법 사상을 배경으로, 정토 신앙의 융성에 따른 아미타 여래를 모신 본당이다. 개인적으로는 45번 절집의 본당이 구조적으로 흥미로왔다. (45번 절집은 근세 1927년의 건축물이긴하다.) * 51번 절집 : 石手寺・二王門 - 에히메 현 마쓰야마 시..

시코쿠 오헨로길 23 - 아! 태평양, 너른 바다

누군가에게는 도전과 극복의 바다일런지 모르겠지만, 또 어떨 때는 인간의 무력함을 실감케 하는 지진 너울의 바다일 수도 있겠지만, 일상을 걷는 길손에게 바다는 그저 푸른 아름다움이다. 지구별이 선사하는. 시코쿠의 남녘을 걷는 또 다른 행복이 여기에 있다. 바다는 늘 제자리에서 다른 시간대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