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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골창 옆 만화방

정확하게 그 만화방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오늘 같은 광복절 때문일 것이다. 만화방 치고는 이름도 거창하였는데, "무궁화서림" 으로 기억된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집(사실은 세들어 살던 그 집)은 철둑 근방이었거니와, 경화 시장과 쇠전을 끼고 있었다. 기차가 닿는 곳에 장이 서는 것이야 당연한 이야기겠고,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장을 따라 흘렀던 개골창에 대한 추억 한 자락이다. 개골창을 가로 질러 널빈지로 바닥을 대고, 가설로 판자집을 올려 가게들이 몇몇 서있곤 하였는데, 그 하나가 무궁화 서림이었다. 예전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무궁화 지우개, 무궁화 연필, 무궁화 공책, 하다못해 무궁화 비누까지 온통 무궁화 무궁화 꽃이 만발하였지만, 일개 만화방에 무궁화 서림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양철간판에 새..

정 많은 놈 술보되고, 정 많은 년 갈보되고

오스카 와일드였던가? "사랑을 잃은 소년은 글 슬픔을 노래할 수 있지만, 돈을 잃은 수전노는 그 슬름은 노래할 수 없다.A heartbroken boy can sing, but a miser with a lost purse cannot.라고 했던 이는. ( Lady Windermere's Fan, 오스카와일드 )  일상이 짜잔할 때, 누군들 수이 노래할 수 있을까? 시를 쓴다는 게 그러하다. 누군가를 위해서 울어줄 수 없는 이는, 시로 노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요즈음엔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한 선배시인은 종종 이런 말씀을 하시곤 하셨다. "정 많은 년 갈보되고, 정 많은 놈 술보 된다."고.  신림동 골목의 한켠, 번화한 술집을 건너 조그만 포장 마차도 아닌 블록 틈새의 선술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