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561

남해금산

누군가로부터 어디 어디가 좋다는 답사이야기를 듣게된다면, 적어도 다음 두 가지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흔히들 좋고 또 좋다고 한 이야기 중에 꼭 새겨들어야 될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그이가 누구와 그곳에 다녀왔는가 하는 것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어느 계절에 다녀왔는가 하는 것이 그것이다. 덧붙여 왜 다녀왔는가를 살필 줄 안다면야 금상첨화지만.  둏아라 둏아라, 이리 시작하는 이야기에는 바로 그 누구와 함께 어느 계절에 왜 그곳에 다녀왔는가가 으레 숨겨져 있게 마련이어서, 여간 눈치가 아니면 절집에서 새우젓을 얻어먹을 요량은 버려야 할 것이다.  내가 쓰고 있는 이 시인의 마을 역시 사실은 바로 그 뒷그림자를 숨기고 있는데, 그것은 그것을 숨겨야 조금은 읽는 이를 원래의 천연함으로 더 가깝게 데려갈 수..

충남 서산 개심사에서

무명(無明)이라 일렀던가? 내 삶 또한 그 무명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진대, 지혜의 칼로 무명을 갈랐다는 혹은 그러할 칼을 찾는다는 심검당(尋劍堂)이 있어 개심사는 외롭지 않다. 인연이 없는 자는 가는 곳마다 밥때가 지난 마당개처럼 헐헐거리듯 제 모습을 보지 못하지만, 비록 개심사의 대웅전 (조선 초기의 주심포 양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물로 보물 143호로 지정되어 있다)이 보수 공사 중이라 한들, 저 천연스런 대목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심검당 하나 만으로 개심사는 찾아봄직한 절집이다. 아무렇게나 걸친 듯한 기둥과 창방의 자연이 만든 곡선은 절집의 수행이 자연의 그것과 머리카락 한 올의 차이가 없음을 관념이 아닌 실제적 사물로서 구현한 대목장의 깨달음이리라. 절집을 보고, 산을 에둘러 내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