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오헨로길 1 - 친절한 마음이 봄볕보다 따스했던 길
여든 여덟 개의 절집이 오헨로 길을 만들었다는 것은 결과론적이다. 홍법스님의 설법 여정이 오헨로 길이 되었다는 것 또한 그렇다. 정작으로 오헨로 길은, 그 길에 연하여 사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친절함과 인정의 길이기에. 햇빛이 쨍한 오후의 도로변을 걷노라면, 트럭을 세우고 바나나 두 쪽을 접대해주신 어르신, 또 다른 길에서 차도를 건너 오셔서 딸기를 건네주신 어르신, 이름 없는 절집을 들렀을 때, 과자 한 봉지, 사탕 몇 알을 접대로 주신 아주머님들, 비를 맞고 산을 내려왔을 때, 준비된 음식이 없는 우리를 위해 편의점까지 차를 태워 도시락을 챙겨주신 어르신, 영업이 끝난 우동집 앞에서 텐트를 펼치고 저녁 걱정을 하던 차에 따스한 주먹밥을 가져다 주신 우동집 아주머님, 물집 잡힌 발바닥을 건사하느라 슈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