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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쿠 오헨로길 7 - 바닷가에 던져놓은 인간의 저항

부럽다.저런 다양한 모양의 블록을 바닷가에 던져둔 사람들....해안공학을 하는 사람이면 알지,테트라포트 이외에 이런 저런 모양의 파도저항 블럭을 놓는게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지.... 저런 것이 일본의 힘이라 생각든다.다양한 파도저항 블럭을 시험하고,또 그것에 예산을 투입할 줄 아는 공무원들이 있다는 것,그런 창의성에 점수를 준다는 것, 정말이지 너무 부럽다.

시코쿠 오헨로길 6 - 절집, 종교적 중소기업......

법당 문은 닫혀있다. 억지로 억지로 창살 틈으로 본존불을 뵙는다. 우리네 절집 금당의 열린 문짝과는 차이가 있다. 스님들의 모습은 납경소에서 볼 수 있고,어떤 절집은 주차료까지 챙기는 모습이 흡사 시설관리업체로 보여져 못마땅했다.운펜지를 힘들게 올라가서 납경을 받는 와중에,걸어왔는지를 알아듣지 못하는 내게 여러 번 묻던 스님의 질문은 도보 순례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배낭을 산문에 놓아두고 납경장만 들고온 도보순례꾼을 차량 순례객이 아닌지 주차비를 확인하는 것이리라. 년간 30만명 이상이 찾는다는 88사찰순례길.....납경과 납경료만 놓고 보면 중소기업과 다를 바 없다. 석수사이던가, 츠야도로 내어준 다다미 2층은,청소도구를 찾는 길손에게 오히려 면박이다. 그 정도의 잠자리면 순례꾼들에게 오히려 과분하다..

시코쿠 오헨로길 5 - 텐트 노숙

(방값을 한 사람 당 계산하는) 일본의 숙소는 2인 순례객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인터넷 카페 의 숙소 목록이 없었다면 텐트 노숙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간간이 선근숙(善根宿)이 있어 빨래를 하거나 텐트 없이 잠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절집의 츠야도(通夜堂)를 선뜻 내어주신 사찰이 있어 고마웠다.그렇다해도 대부분의 밤을 텐트에서 보냈다. 절집 마당이거나, 절집 산문 아래 주차장이거나,버스가 끊긴 대합실, 온천의 한 귀퉁이이거나, 혹은 그 어디든나의 텐트는 고단한 길손의 편안한 잠자리가 되어주었다.정자 아래라면 이슬을 피할 수 있어 좋거니와,노지라해도 꽃 그늘에 집을 펼쳤으니 신선이 따로 없는 형국이었다.배낭 아래 구겨넣어 무게와 부피의 압박으로 종내 시달렸지만,민슈쿠 (民宿) 예약으로부터도 자유롭고 또 도..

시코쿠 오헨로길 4 - 순례용품의 최소한

순례자임을 나타내는 표식으로서 순례 용품 몇 가지가 있다. 우선 하얀 도롱이 삿갓이다. 햇볕을 가리고나 비를 피하는 현실적인 목적 이외에그 모양의 형상이 보여주듯이 무덤을 상징한다.절집의 곳곳에 있는 너구리상이 또한 이 삿갓을 쓰고 있으되,그 꼭지가 있는 모양이 아니라 부드러운 봉분 모양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하얀 가사는 수의를 뜻한다고 한다.하얀 가사의 등판에다 절집의 스탬프인 납경을 받는 것을 보면 이채롭다.가사에는 옷띠를 걸쳐 순례자임을 나타낸다. 금강장은 순례자가 짚고 다니는 지팡이로 사각의 모양이다.해서 금강장을 등산스틱을 짚듯 짚고 다니면 손의 관절이나 근육에 무리를 주게 된다.자세히 보면 일본식 비석의 형상이다.해서 순례를 마치는 마지막 절에서 태우거나 또 다른 길손을 위해 산 들머리에 놓..

시코쿠 오헨로길 3 - 일본의 절집 예절

어머니는 절집 마당에 들어서면 늘 손을 씻으셨다.우리네 절집의 초입에는 으레 약수물이 졸졸거리는 절구통이거나 물확이 놓여있기 마련이어서,이래저래 절집을 들어서면 손을 씻기 마련이었다. 목을 축이는 것은 덤이고. 그런 풍경은 일본의 절집에서도 보게된다. 우리와 달리 일주문이 있는 경우는 드물고, 또 사천왕을 두루 모신 곳도 드물다.인왕문에는 두 분의 천왕을 모시고 커다란 짚신짝을 걸어두었다. 아마도 홍법대사의 순례길 상징이지 싶다. 산문을 올라 이제 경내로 들어서면 우선 정수(淨水)에 손을 씻는다. 그 물바가지나 또 걸려있는 수건이 늘상 깨끗한 상태가 아닐지라도.대부분 졸졸거리는 상태로 마실 수 있기는 하겠지만 입을 헹구어내는 정도일 것이다.(물바가지에 직접 입을 갖다대는 것이 아니라 손에 따루어 마시는 ..

시코쿠 오헨로길 2 - 편의점에 기대고 있는 길

오헨로 길에서, 특히나 배낭여행으로 텐트생활을 했던 나로서는, 편의점의 혜택을 빼놓고는 시코쿠 순례를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오헨로 길에 연하여 편의점이 있는 경우가 드물기는 하지만, 또 일부 구간에서 편의점을 찾을 수 없는 곳도 더러 있긴 하지만. 시코쿠의 편의점은 주요 간선도로에 배치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넓은 주차장을 우선 확보하고 있고 (오헨로상과는 큰 관계가 없긴하다.). 무엇보다 화장실 사용이 자유롭다. 화장실은 대부분 비데를 갖추고 있고 깨끗함을 넘어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 (일본의 공공 화장실 시설도 훌륭하다. 화장지는 충분히 비치되어 있고,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다. ) 쓰레기의 처리도 가능하다. 그 편의점에서 먹고 나온 쓰레기 뿐 아니라 배낭 구석 구석 박아 두었던 쓰레기도 처리가 ..

시코쿠 오헨로길 1 - 친절한 마음이 봄볕보다 따스했던 길

여든 여덟 개의 절집이 오헨로 길을 만들었다는 것은 결과론적이다. 홍법스님의 설법 여정이 오헨로 길이 되었다는 것 또한 그렇다. 정작으로 오헨로 길은, 그 길에 연하여 사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친절함과 인정의 길이기에. 햇빛이 쨍한 오후의 도로변을 걷노라면, 트럭을 세우고 바나나 두 쪽을 접대해주신 어르신, 또 다른 길에서 차도를 건너 오셔서 딸기를 건네주신 어르신, 이름 없는 절집을 들렀을 때, 과자 한 봉지, 사탕 몇 알을 접대로 주신 아주머님들, 비를 맞고 산을 내려왔을 때, 준비된 음식이 없는 우리를 위해 편의점까지 차를 태워 도시락을 챙겨주신 어르신, 영업이 끝난 우동집 앞에서 텐트를 펼치고 저녁 걱정을 하던 차에 따스한 주먹밥을 가져다 주신 우동집 아주머님, 물집 잡힌 발바닥을 건사하느라 슈퍼 ..

양동휴, 대공황시대 (2) - 가공할 테러를 써서 추진된 계획경제의 부상

극단의 실험 뉴딜 정책의 기조 가운데 하나가 공황극복을 위해 경제 운행과 자원 배분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필요하면 정부가 개입한다는 것이다. (26쪽)... 산업부흥법은....경제적 측면에서....당시 단체교섭의 관행이 뿌리내리면서 노동시장의 성격이 크게 변했다. 즉, 실업이 별로 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