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217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 우리의 언어, 우리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말하기

이 책을 꺼내 든 이유는 다음의 유명한 구절 때문이었다. 인민들이 항상 또 단순하게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에 따라 투표합니다. People do not necessarily vote in their self-interest. They vote their identiry. They vote their values. They vote for who they, identify with. They may identify with their self-interest. That can happen. It is not that people never care about their self-interest. But they vote their..

육조단경 (2) - 경계에 갇힌 생각을 버리고 본래의 마음을 관조하라

한계를 안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한계를 뛰어 넘거나 혹은 자신이 그 경계에 머물고 있음을 깨닫기는 어려운 법이다. 칸트의 표현대로 순수이성으로나, 실천이성으로나 혹은 판단력으로서 이러한 경계를 알고 한계를 명확히 한다면, 한계와 경계에 갇힌 생각 변견(邊見)을 버리고 智慧로서 觀照하여 스스로의 본래 마음을 알아 無念의 경계 혹은 경지에 이를까나. 한계와 경계를 보는데는 智慧와 修行이 함께한다는 대목은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생활의 실천 종교로서 禪의 뗏목을 타고 건널 일이다. 無念法者 見一切法 不著一切法 무념이란 모든 법을 보되 어떤 법에도 집착하지 아니하고, 偏一切處 不著一切處 모든 곳에 두루하되 어떤 곳에도 집착하지 아니하고, 常淨自性 항상 스스로의 성품을 깨끗이 ..

육조단경 (1) - 경계에 물들지 말라

내가 받은 법명은 수혜(修慧)였다. (과거형을 쓴 이유는 때때로 나는 반신론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력 없이는 현상유지도 어렵겠다는 스님의 걱정과 당부가 함께 스며있는 법명이었다. 촛불이 일렁이는 철길을 따라 성주사 곰절을 가는 길을 밟아 어머니는 나를 가지셨다고 하셨지만, 이제 나는 거의 무신론자에 넘어 반신론자에 가깝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종종 받은 질문은 불교가 종교인가와 불교의 가르침이 무엇인가에 대한 서양인의 궁금증이었다. 사후세계를 주재하고 결정하는 무엇인가가 자기 바깥에, 혹은 사후의 저편에 절대적으로 또 결정적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서양 문화라고 한다면, (그것이 필멸의 존재에 대한 작은 위안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주재자가 없거나 혹은 스스로 찾아간다고 보는 것-그 마저도 현실..

프랜시스 M. 콘퍼드 - 종교에서 철학으로

* 콘퍼드의 다른 책을 읽고 정리할려는 생각을 했었다. 지역사회 도서관에는 그 책이 없었다. 아쉽지만 이 책을 간단히 정리할 수 밖에. 그나마 무언가 다른 준비로 바쁜 즈음이라 서문과 다른 한 章 정도로 만족하려 한다.정리에 앞서 몇 가지는 언급해야겠다. 우선 번역자의 불친절함 혹은 무신경함을. 저자의 Full Name을 찾을 수 없었다. 위키를 뒤지기 전에는.책날개 앞면에는 저자 소개부터 시작되는 것이 적절할진대, 역자소개만 달랑. 이대출판부의 자기과시일런지.옮긴이의 말을 저자 서문보다 먼저 배치하는 것이 적절한지도.그나마 원저의 인용색인은 빠뜨리지 않았다.합의된 바에 의하면, (종교에서 철학으로의) 결정적 이행은 기원전 6세기경 그리스인들에 의해......바로 이때에 이성적 탐구의 새로운 정신은, 그..

아이제이아 벌린 - 낭만주의의 뿌리 (Ch.5, 6) 타오르는 불꽃은 그 불을 끄지 않고는 정확하게 서술할 수 없다

Ch. 5. 해방된 낭만주의 낭만주의의 폭발....이 운동 전체에 미학적인 측면 뿐 아니라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측면으로도 깊은 영향을 미친 세가지 요인이 있는데, 피히테의 지식학, 프랑스 혁명, 괴테의 소설 가 그것이다. (153쪽) 피히테의 지식학 : 칸트에 이어 피히테는 이른바 인식의 대상이 아닌 "나", 주체로서의 "나"는 결코 인식의 작용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것에 충격을 주는 어떤 것, "장해", "충돌"을 통해 인식될 따름이다. 그는 이것을 모든 경험을 지배하는 근본적인 범주로 여겼다. 과학에 의해 기술된 세계는 이 절대적으로 기본적이며, 환원될 수 없고, 근본적인, 경험으로서가 아니라 존재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과의 관계에서,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다. (155쪽) 인간은 오직 저항이나 반대에..

아이제이아 벌린 - 낭만주의의 뿌리 (Ch.4) 인간, 적어도 그의 전부는 자연의 일부가 아니다

Ch.4. 억제된 낭만주의자들 칸트는 과학의 신봉자였다. 그는 엄격하며 극도로 명징한 정신의 소유자로, 쉽게 이해하기 힘든 글을 썼으나, 모호하게 쓴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가 어떤 점에서든 낭만주의자들의 아버지라면, 이는 과학의 비판자로서도 아니고 당연히 과학자 자신 (그는 우주론자였다)으로서도 아니니, 이는 명확히 그의 도덕 철학에 의한 것이다. 그가 자라난 독일 경건주의적 배경은 그를 열광적인 자기성찰로 이끈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적이고 도덕적인 삶에 열렬히 몰두하게 했다. 칸트는 사실 인간의 자유라는 관념에 경도되어 있었다. (114쪽) 다른 자연의 대상물이 인과법칙 아래 놓여 미리 결정된 인과관계의 도식을 엄격히 따르는 데 반해, 인간은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며, 이것, 자유..

아이제이아 벌린 - 낭만주의의 뿌리 (Ch.3) 황혼이 오면 천재는 등불을 들어 불을 밝힌다

Ch.3. 낭만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들 18세기 과학이 위대한 승리를 거둔 시기에, 인간의 감성에 일어난 가장 근본적인 혁명은 낡은 형식들이 파괴된 것에 따른 결과, 즉, 기성종교는 조직화된 자연과학에 의해, 중세의 낡은 신분질서는 새롭게 등장한 세속국가에 의해 양쪽으로 공격을 받은 결과였다. 이와 동시에 합리주의는 극단으로 나아갔고, 가로막힌 인간의 감정은 으레 그렇듯이 다른방향에서 분출구를 찾았다. 올림푸스의 신들이 지나치게 유순해지고, 지나치게 합리적이고도 건전해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더 어둡고 신비한 신들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79쪽) 하만에게는, 신은 기하학자도 수학자도 아닌 바로 시인이며, 신을 억지로 우리의 연약하고 인간적이고 논리적인 체계 안에 끼워맞추려는 시도는 신성모독에 가까운 것이..

아이제이아 벌린 - 낭만주의의 뿌리 (Ch.1, Ch.2) 관념이 관념을 낳지는 않는다

Ch.1. 낭만주의의 정의를 찾아서 낭만주의의 중요성은 이것이 서구 세계의 삶과 사고를 근본적(이것을 통해 자연과 삶이 설명될 수 있는)으로 바꾼...... 비단 사상사 뿐 아니라 의식과 태도와 활동의 역사, 또 윤리와 정치와 미학의 역사는 거의 대부분 지배적인 모형의 역사 (관념의 집합)다..... 무비판적으로 고전을 읽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더 커다란 변화가 인간의식의 역사에서 일어나 왔음을...... 당대의 상상력에 엄청난 지배력을 미치고, 그 결과가 다른 영역에까지도..... 낭만주의 운동이 그처럼 거대하고 급진적인 변혁이었으며.... 영원불변한 심성구조로서의 낭만주의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일어나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특정한 변혁....(16쪽) 어쨌든 관념이 관념을 낳지는 않는 법이다. 어..